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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5) “미래의 PR 역사” 6가지 장면: 2012년 10월로부터

월요일 2월 18, 2019

협회소식

(2007 PRSA Annual Conference를 다녀와서)

“미래의 PR 역사” 6가지 장면: 2012년 10월로부터

김 호 (더랩에이치 대표)

#1: 이명박 정부가 임기를 몇 달 남기고 있지 않다. 아무래도 임기 초반의 지지율 보다는 저조하다. 대운하를 둘러싼 환경 논란은 아직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여성 정치인 정 00씨가 이끄는 창조미래당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이번 대선에서는 한 번 해볼만한 싸움이 될 듯. 역사에서 정-반-합이 나타나듯. 노무현-이명박이라는 양극의 대통령 다음은 이 둘의 장점을 취하는 ‘합’ 형태의 대통령이 나타날 듯 한데, 정 00씨는 이런 포지셔닝을 비교적 잘 해오고 있다. 더군다나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이라는 상징성에서도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년 전 위키(wiki) 형태의 언론사를 세우고,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취임하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의 가장 중요한 아젠다는 “비즈니스는 시장의 논리로”라는 것이다. 그 중 특히 관심을 끈 쟁점은 언론을 비즈니스로 볼 것인가,라는 점인데, 지난 5년 동안 실질적으로 언론에 시장 논리가 많이 도입되었다. 지난 3년을 보면, 일간지 두 곳이 폐간하였고, 세 곳은 다른 매체에 합병이 되고, 네 곳이 무가지나 온라인 판으로 전환을 하였다. 주인이 바뀐 일간지는 무려 여섯 곳에 이른다.

스스로 정통 종합 일간지라 자부하는 몇몇 곳은 이런 시장 재편 과정에서 오히려 득을 보았다. 사실 한국 사회의 노령화가 이들 페이퍼 신문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세대를 구분하는 한 가지 방식은 50대 이상을 지칭하는 ‘페이퍼 세대’와 그 이전을 칭하는 ‘모바일 세대’이다. 이는 얼마 전 한 TV에서 보여준 장면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는데, 불과 4년 전인 2008년 서울의 지하철 내부와 최근의 모습을 비교한 것이었다. 4년 전만 해도 지하철 여기저기서 커다란 신문을 넘겨가며 보느라, 옆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요즘은 일부 경로석이 아니면, 이런 모습은 보기 힘들다. 저마다 모바일로 자기만의 미디어 생활을 하느라 그렇다.

#2: 전문지 시장은 더 큰 변화를 거쳤다. 경제 전문지, 스포츠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온라인 미디어로 거의 탈바꿈했다. 경제, 스포츠, 연예 정보는 거의 실시간으로 모바일 컴퓨터 등을 통해 보는 것이 대세이다. 타격이 컸던 것은 대부분의 ‘업계지’들이다. 예를 들어 보자. 의학/제약 분야를 보면, 종이로 나오던 매체들이 ‘시장 논리에 의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기업들이 각종 업계지에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기사화를 통해 자사의 뉴스를 알리던 환경에서, 이제는 자사의 news blog를 통해 알리고 있고, 보도자료도 직접 구독자에게 배포하거나, 뉴스 소비 행태가 거의 검색 엔진이나 RSS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업계지의 필요성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성공적으로 변신한 업계지들이 있다. 이들은 예를 들면 “제약업계지”라는 포지셔닝에서 세부 항목으로 좁게 전문화한 형태이다. A 전문지의 편집장을 하던 김 국장은 독립하여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신경 정신 분야의 전문 온라인 미디어로 새롭게 변신 성공했다. 예방의학과 출신 의사와 파트너가 되어 콘텐츠도 생산하지만, 이들의 특징은 전세계에서 나오는 신경정신 분야의 좋은 컨텐츠를 실시간으로 링크하여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이들의 사이트는 신경정신과 약물을 판매하는 제약회사, 관련 의료인들, 정부 관련 부처, 그리고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을 거의 매일 끌어들이고 있다. 전체 방문자 수는 의학/제약지 분야에서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근 조사 자료를 보니 지난 3개월 동안 개별 방문자들의 하루 평균 방문 횟수가 3회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 매체들도 이제 더 이상, 우리 구독자 수가 전체 몇 명이다라는 것을 가지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분야에 관심과 열정을 가진 독자들이 얼마나 되는가가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고, 이런 측면이 광고 단가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김 국장은 요즘 광고 수익이 예전보다 훨씬 좋다고 신바람 나있다.

#3. 기자 사회에도 많은 변화가 불어왔다. 가장 큰 변화는 먼저 기자에서 ‘언론사 사주’로의 변신이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브랜드가 있던 기자들인데, 일찍 변신을 시도했던 영화 전문 이 00 기자의 회사는 대규모 투자를 받아, 우리나라 최고의 영화 온라인 매체가 될 발판을 마련했고, 그는 어엿한 언론사 CEO로 활동 중이다. 군사 전문 기자인 류 00 기자 역시 결국 신문사를 나왔다. 그도, 적지 않은 투자를 받아 군사 전문 온라인 매체를 세웠으며, 이미 군수업체들의 광고 요청이 쇄도한다는 소문이다. 블로거로 유명한 서 00 기자는 IT분야의 컨설팅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전통적인 매체에서 근무하던 기자들의 독립 움직임이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건강 의학 분야이다. 보통 의사 출신인 이들은 기존 매체에서 기사를 쓰며 얻은 브랜드를 기반으로 자신의 매체를 세워 독립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4 기업체 홍보팀의 모습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우선 PR팀이라는 명칭 자체가 많이 줄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A 그룹은 “사업환경관리팀(Business Environment Management Team)”이라는 다소 별난 이름을 지었고, B그룹 포함 상위 50대 기업 중 8개 기업이 기업대화팀(Corporate Conversation Team)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12개 기업은 미디어 환경팀 혹은 미디어 관계/관리팀으로 이름을 변경하였는데, 이는 과거처럼 언론뿐만 아니라, 소비자, 협력업체, 투자자, 내부 임직원들까지 모두 미디어를 운영하는 것이 추세가 되면서, 수 없이 다양한 미디어를 모니터링하고, 관계를 관리하는 부서로 새롭게 변화한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과거 기자를 하다가 인하우스 홍보팀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줄어들었다. 달라진 언론 환경에 따라, 필연적으로 인하우스 홍보팀에 기대하는 바도 바뀌었다. 늘 홍보인들은 PR은 전략적인 경영 기능이고, 소위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지난 2-3년간 이런 바램은 상당부분 진전을 이루었다. 반면에, 인하우스 홍보팀장에게 바라는 자질이 기자들과의 관계 관리에서 사업 환경을 긍정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공중들과의 관계 역학에 대해 자문하는 쪽으로 포커스가 바뀌었다. 이에 따라, 최근 추세를 보면, 홍보팀이 마케팅/영업팀, 소비자 관계 부서, 인사 부서 등과의 실질적인 협력 프로젝트(cross functional projects)가 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상위 20대 그룹의 홍보팀장을 조사해 본 결과 지난 2년 동안 절반이 교체되었으며, 놀랍게도 교체된 기업체 홍보팀장의 절반이 전통적인 홍보통 출신이 아니었다. 두드러진 것은 협상 전문가들의 약진이다. 최근 협상 전문가 P씨를 홍보팀장으로 발탁한 CEO인 L 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복잡해진 관계 속에서 얽혀있는 문제들을 풀어나가는데 협상 능력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5 이런 움직임 속에서, 흥미로운 것은 인하우스 홍보 경력이 오래된 홍보 팀장들 몇 사람이 온라인 전문 미디어를 차리는 움직임이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전직 홍보인 출신으로 온라인 미디어를 차린 사람의 숫자가 83명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는 자신이 직접 설립한 케이스만을 모은 것이고, PR인에서 온라인 언론사로 이직한 사례는 세 배가 넘는 300명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현상은 어찌 보면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인하우스 홍보팀장 중에는 그 산업에서만 10-20년 가까이 일한 사람이 수두룩한데, 이들은 계속 출입처를 바꿔가던 기자들보다 내부의 사정 등에 대해서 정통하다. 과거, 홍보하던 사람이 언론 고시를 통해 기자가 되는 경우도 적었지만, 홍보하던 사람이 언론사를 차린다는 것은 더더욱 적었다. 하지만, 누구나 미디어를 설립하는 것이 과거 유행하던 미니홈페이지 운영만큼이나 쉬워서, 이런 흐름이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6 PR회사 시장도 많이 바뀌었다. 단적으로 PR기업협회에 2007년 소속되었던 회사 중 삼 분의 일이 지금은 그 모습이 없다. 대신 회원사의 숫자는 많이 늘었다. 소규모 전문 회사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7개사가 합병이 되었고, 그 동안 한국 진출에 소극적이었던 일부 대형 외국계 PR회사들의 한국 진출이 지난 5년 동안 활발했다. 특히, 아태지역을 기반으로 출발한 글로벌 PR 회사들이 늘어난 것은 이 지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전통적인 의미에서 PR 회사로 포지셔닝하는 회사들은 상당부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 시장에서 PR과 마케팅 등의 구분이 다소 애매해지면서, 보다 많은 클라이언트를 확보하기 위해 PR회사로 포지셔닝하기 보다 비즈니스 네트워킹(business networking) 컴퍼니, 마케팅 컨버세이션(marketing conversation) 컴퍼니 등으로 자신들을 규정하고 있다. 파워블로거인 이 00씨는 예상처럼 자신의 블로그 이름을 따서 Interactive Conversation이라는 회사를 차려,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PR기업협회 회원사 소속 대졸 3년 이내 사원 476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중, 67%가 대학에서 PR관련 과목을 수강하지 않은 사람들로 나타났다. 96%가 어떤 형태로든 소셜 미디어 활동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최근 PR회사들이 선발 과정에서 컨텐츠 생산 능력과 경험을 중요한 요건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전문회사와 네트워킹 컴퍼니의 등장도 새로운 트렌드로 꼽힌다. 각각 다른 회사에서 경쟁적으로 일해오던 소위 ‘선수급’ 직원들이 소규모로 전문분야를 설정하여 회사를 차린 것이다. 이들 중에는 보통 7-8년 정도의 경력자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네트워킹 컴퍼니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C사이다. 이 회사는 압구정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데, ‘소속된 선수’들은 97명에 이르지만, 사무실은 크고 작은 회의실이 5개 있을 뿐이다. 이 회사의 소속멤버들은 보통 단독으로 일하는 사람들인데, 네트워킹 회사를 통해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형식으로 일을 한다. 각자 수입에서 일정 부분은 공동 사무실 유지 비용 등을 위해 쓰인다.

얼마 전 들러본, PR회사 K의 풍경은 예전 내가 다닐 때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설명을 들어보니 가장 큰 차이는 모니터링 서비스였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PR회사에서, 모니터링 서비스는 많은 시간을 들이는 작업 중의 하나였지만, 이젠 모두 검색엔진 사이트에서 유료로 제공하는 미디어 클리핑 서비스로 대체되어 가고 있고, 대신 모니터링 된 콘텐츠에 대한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분석에 요즘 AE들은 오전 시간을 많이 쏟는다고 한다. 30대 중반인 K사 사장의 이야기에 따르면, 요즘 헤드헌팅하는 가장 좋은 수단은 블로그라고 한다. 헤드헌터들도 인재 확보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블로그 모니터링을 한다는 것인데, 참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했다.

… 글을 쓰고 있는데, 스크린에 이젠 40대가 된 아나운서 황 00이 떴다. 요즘 유행하는 Virtual Conference인데, 예전 기자회견이 행사장에서 주최자와 기자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졌다면, Virtual Conference는 기자를 포함,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가하여, Virtual 공간 속에서 의견을 발표하고, 대화하는 자리가 되었다. 그녀가 발표한 내용은 2013년부터 독립한다는 내용이다. 그 동안 자신이 유지해오던 블로그를 발전시켜, 자신만의 H Culture라는 Video 2.0 방송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미 발표하는 Virtual Conference에 큼직한 광고주들이 스폰서로 나서기 시작했다…

(끝)

시나리오를 정리하며:

저는 2007년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미국의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2007 PRSA International Conference에 다녀왔습니다. PR Evolution: Innovation. Collaboration. Influence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의 포커스는 뉴 미디어가 PR에 주는 영향이었으며, 이에 따라 100여 개 세션 중 20개 이상이 소셜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영향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제가 나흘 동안 바쁘게 이 세션에서 저 세션으로 다닌 것도 뉴미디어가 가져올 PR산업의 변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힌트를 얻기 위함이었습니다. 세션 중에는 기대 이상인 것도, 기대 이하인 것도 있었고, 한국의 사정과 연관성이 많은 것도, 그리고 영 없는 것도 있었습니다. PR기업 협회로부터 이 컨퍼런스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 달라고 원고 청탁을 받고는,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는 위와 같이 시나리오 형식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시나리오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듯, 우리는 늘 ‘공식적 미래(Official Future)’를 정해놓고, 비즈니스를 해 가곤 합니다. 이루고자 하는 하나의 미래를 ‘전략적 목표’라는 이름으로 정해놓고 매진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의 환경은 ‘공식적 미래’를 따라주지 않고, 시시각각 변해갑니다. 위에 제가 쓴 시나리오는 독자들에게 ‘공식적 미래’ 즉 “2012년 10월쯤 미래는 이렇게 변할 테니 두고 봅시다…”라는 심정으로 쓴 것이 아닙니다. PRSA 컨퍼런스에 앉아 느꼈던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다시 생각해보며, 그 때 노트했던 것을 되살리며, 우리의 현실 속에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탐구’ 정도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분들 중에는 PR 회사의 AE도 있겠지요. 이 분들에게는 미래 커리어를 위한 준비를 하는데, 하나의 도움이 되는 시나리오가 되길, 그리고, PR회사를 경영하시는 분들께는 미래 산업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은 ‘점쟁이’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여, 미래에 대한 준비를 더 잘하기 위함이라는 점 이해해주시길. 2012년 10월. 저는 뭐하고 있을 것 같냐구요? 글쎄요. 이제 막 시작한 박사과정을 그 때까지는 마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첨부파일 : refile_2008-03-07_16-2-54